최근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 관광객을 모으는 벽화마을이 늘고 있습니다. 침체됐던 마을에 생기가 돌기도 하지만 쓰레기와 소음, 절도 같은 부작용도 많습니다. <br /> <br />관광 수익이 일부 상인들에게 쏠리면서 마을이 둘로 갈려 다투기도 합니다. <br /> <br />김유림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. <br /><br />[리포트]<br />[김유림 기자] <br />한때는 부산의 가장 낙후한 동네였던 부산감천마을. 지금은 이렇게 줄 서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인기입니다. <br /> <br />그런데 이 호황이 모두에게 즐거운 일일까요? <br /><br /> 45년 동안 동네 골목길을 지켜온 구멍가게를 들러봤습니다. <br /> <br />[장세옥 / 부산감천마을 45년 거주] <br />"민들레 저기가 우리 집자리였어요. 우리 큰아들이 46살이거든요. 45년 살았아요. 여기에서." <br /> <br /> 그런데 두달 전 갑자기 임대료가 세배 가까이 올랐습니다. <br /> <br />[장세옥 / 부산감천마을 45년 거주] <br />"장사 되면 조금 올리고 올리고 30만 원 했는데 지금은 80만 원. (한달에요?) 응." <br /> <br /> 그나마 큰길에 있는 상점들은 사정이 나은 편. 구석진 곳에 사는 일반 주민들은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. <br /> <br />[기자 스탠딩] <br />"자, 이제부터 감천문화마을 골목길을 한번 가보겠습니다." <br /> <br />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에 벽을 빼곡히 채운 낙서. 곳곳에 폐가도 남겨져 있습니다. <br /> <br />[기자 녹취] <br />"여기 보면 안 본 우편물들이 이렇게 붙어져 있고요." <br /> <br />[이상준 / 부산감천마을 49년 거주] <br />"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여다보니 웃통도 못 벗고 살고. 커피 한 잔 해도 아무데나 버리거든. 곳곳에 보면 쓰레기가." <br /> <br />서울 이화마을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. 알록달록 꽃이 피었던 계단은 회색 페인트로 뒤덮였습니다. <br /> <br />[빈스 / 미국 관광객] <br />"많은 벽화를 기대했는데 규모가 작아서 놀랐어요." <br /> <br /> 제발 조용히 해달라며 화가 난듯 써놓은 글씨들. 밀려오는 외지인 때문에 불편을 겪게 되자 주민들이 벽화를 지우는 상황입니다. <br /> <br />[주민] <br />"저희는 벽화를 삶에 대한 테러라고 생각합니다. 왜냐하면 이게 부자 동네면 가당키나 했겠습니까. 그냥 예술이라는 명목하에 본인들이 와서 폭력을 행사한 거라고 봅니다." <br /> <br /> 소음에 낙서는 기본, 집안에 있던 물건이 없어지는 일도 흔합니다. <br /> <br />[주민] <br />"관광객이 몰리고 대문을 열어 놓으면 신발을 집어갑니다. 그래서 대문 열어 놓은 데가 없습니다." <br /><br /> 상인들은 관광객을 기다리고, 주민들은 관광객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고 마을 민심은 둘로 찢겼습니다. <br /> <br />[이화마을 상인] <br />"자기네는 아무 소득이 없고 가게 하는 사람만 득을 본다, 뭐 이런 식이잖아. 그런 걸 이해 못하면 동네 발전을 어떻게 시켜?" <br /> <br />[주민] <br />"주민들하고 한 목소리로 정부에 대책을 세워달라고 해야 하는데, 이건 오히려 상인들이 주민들한테 뭐라고 하고 고발을 하고." <br /><br /> 원주민이 쫓겨나고 서로 등을 돌리는 현실. 관광 수입이 일부에게만 돌아가는 구조가 주된 원인입니다. <br /> <br />[이훈 /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] <br />"상대적 박탈감. 상인들은 돈도 벌 수 있고 집값도 오르는데, 거주민들은 그러지 못하는. '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것 아닌가.'" <br /> <br />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. <br /> <br /> 부산 감천마을은 지자체와 협력해 상점 8개를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습니다. 여기에서 나오는 이익은 대부분 꼭 필요한 마을 사업에 사용합니다. <br /> <br />[전순선 /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부회장] <br />"작년 한 해 15억 원 매출이에요. 마을의 수입은 마을 사람한테 환원하고 좀 더 마을이 잘 살 수 있는 함께 잘 살 수 있는." <br /> <br />캠페인을 벌이며 조용한 관광을 유도하기도 합니다. <br /> <br />[김영자 / 북촌한옥마을] <br />"이걸 보면 벌써 외국 사람들도 다 쉬쉬~" <br /> <br /> 이제는 무분별환 관광마을 조성에 앞서 원주민을 배려하는 제도와 인식개선이 시급합니다. <br /> <br />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. <br /><br />연출 : 김지희 최승희 <br />글구성 : 전다정 장윤경 <br />스마트리포터 : 류열 <br />그래픽 : 김민수 양다은